기록생활

책 <모래알만한 진실 이라도- 박완서 작가>를 읽고

freshberry95 2023. 10. 30. 18:21

 

오랜만에 정말 왜 이제서야 이책을 읽었을까? 하는 마음에 촉촉해지는 날이었다. 

 

중고등학교 문학작품으로서의 박완서 작가는 어렵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면서도 그 핵심을 완곡히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박완서 작가의 책이라면 무조건이라도 보고자 하는 나의 관심을 이끌었었다. 

처음 접했던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목' , '친절한 복희씨' 등등 우수의 작들을 다작하는 이야기 꾼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직도 읽어야할 그녀의 책이 많다는 것에 곳간을 다 채운 마음 처럼 안심이 되기도 하다. 

 

문체나 소설을 이끌어가는 내용이 어렵지 않게 서술하고 있고,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곧곧에 내포되어 있어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특히, 작중 주인공들의 마음속 표현이 솔직하고 노골적이라 작가는 이런 감정을 다 느끼고 이런 

이야기를 쓴것일까? 혹시나 누구 보여주기 창피 하면 어쩌지 하는 대리 수치를 느끼기도 했다. 

 

자칭 문학 소녀였을 시절에는 박완서 작가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일단 여류작가로서 우리나라에 획을 그은 거장이기도 하다만

나에게는 드라마와 다르지 않은 격동하는 대한민국의 근현대를 온몸으로 다 받아낸 그리고 그 비극과 희극을 

소설안에서 폭발시켜버린 작가의 마음이란 어떨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러나 2011년 즈음 타계하셨다고 그 즈음에 학생이던 나는

그 소식을 뉴스에서 듣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작가의 인생과도 같은 소설은 많이 읽었지만, 소설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한 수필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수필보다는 박완서 작가의 대쪽같은 소설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수필은 아예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이책을 어디서 구매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책 밑바닥을 살펴보니 YP. 22. 3. 13. 이라고 도장이 찍혀져 있는 것을 보니 

어디 시내에 놀러갔다가 영풍문고에 들러서 무지성으로 책을 구매했던것 같다. 

그런 책을 존재하는지는 모르게 1년이 넘게 묵혀두었다가 무심코 육아 휴직을 하고 있던 이 찰나에 읽게 되었으니 이 책과 정말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인데 생각나는 글귀들이 참 많다. 다 보고나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마도 호르몬의 영향일 지도 모르겠지만

한국 문학의 대작가가 아니라 그저 따뜻한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그리고 여자로서의 감상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 

 

세상이 아름답기를 바라고, 모두가 옳은 일을 행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같은 그녀의 글과 

아주 작은 것이라도 돌아보고 왜 내가 그랬을까 하며 자연을 향해가는 그녀의 삶.

남편을 잃고 남편과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로 다시금 태초의 사랑을 하고 싶다던 그녀의 바람.

딸과 아들 그리고 이어지는 손자를 향한 온몸 가득한 애정과 사랑. 그리고 반대로 그녀가 조부모님으로부터,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의

무게를 다시 나이가 들어 느끼는 부분.

 

너무나도 아름다운 언어들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나도 이런 사랑을 받았겠구나 하는 깨닳음까지

 

특히 그녀가 자식에게 바라는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 기록해 보고 싶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장가들자마자 네 계집만 알아. 이 불효막심한 놈아." 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 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하는게 내 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중략)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꾸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덩죄더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혹여나 나중에 자신의 많고 많은 사진들이 자식들에게 자신의 사후에 애물단지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늙은이의 마음이 가련하고 슬펐다. 혹시나 나도 나를 키워주고 살게해준, 피와 살을 만들어주신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나, 아직은 젊은이의 마음으로 다시 가족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도 이런 엄마, 이런 할머니, 이런 자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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