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8. 22:10ㆍ기록생활
지난 달에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고, 11월이 시작되는 이 즈음엔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모두 이틀에 걸쳐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아기가 잠들었을때 여유를 가지고 읽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책은 품귀 현상이었지만, 요즘은 제법
구하기 쉽고 배송도 빠르다. 나는 <소년이 온다>. <채식 주의자>를 구입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몇여년 전 김창완 배우와 인터뷰 했던 영상이
유투브 알고리즘에 막 뜨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녀의 말투와 얼굴을 본 것은 처음 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쓴 책<채식 주의자>의 몇 대목을 육성으로 낭독하였다.
작가의 음성을 먼저 들었기 때문일까, 독백하는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말투와 어투가
모두 한강 작가의 낭독회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꽤나 잘 어울렸다.
작가의 담담하고도 아주 소근 거리는 음성은 책속의 문장들이 더욱더 살아나게 하는
맛깔진 부분이 있었다.
아직 <채식 주의자>를 읽어보지 못했다. 왠지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전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시대의 아픔속에 전멸해버린 인간성 그리고 투쟁기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살지도 않았고 느낄 수 도 없었다. 그리고 책속의 화자 역시나 그 시간을
홀로 견뎌내는 현대인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책속에 담겨진 메타포가 너무나도 많아서
그것들을 다 기억해내고 유추 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의미를 꺠닫고 하나하나 다시 보기란 힘든일이었기에 아주 겉표면의 아픔만을 느꼇을 뿐이다.
<작별 하지 않는다>가 소복히 내리는 눈위를 맨발로 사뿐 밟는 정도의 고통이고 진전이었다면,
<소년이 온다>는 오히려 뜨거운 불위를 살갗이 벗겨진 발바닥으로 뛰어다니는 것 처럼
투우사에게 뛰어드는 황소 처럼 돌격하는 그것이었다.
아마도 아기를 낳고 키우고 자라는 기쁨, 또 다른 삶을 사는 애석함을 느껴본
아주 찰나의 순간들이 나를 채근하는 것인지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나는 고통스러웠다.
부로 천천히 읽고 부로 무슨 일인지 눈을 쫑긋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고귀한데,, 우리는 고귀한데,, 라고 말하던 책속의 등장인물..
우리는 모두 고귀한데 왜 그런일을 당해야했을까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인데 왜 그렇게 살아야했을까
하나의 인생을 위해서 한사람의 삶을 위해서, 그녀를 위해서 밤새 지켜보고 사랑하고
매일 그녀를 생각하는 어미가 되어보니 우리는 모두 고귀했다.
소설속 대사 '우리는 쏠수 없는 총을 가진 아이들이었을 뿐입니다. '
-
그렇지만 우리는 쏠수 있는 총을 가진
어른들이 되었다. 아주 작은일로도 아주 작은 총알로 타인의 영혼 마저 망가뜨릴 수 있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생각했다. 한강 작가가 가진 눈과 귀와 그런 오감은
나와 다른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히어로 영화속의 주인공들 처럼
모든 감각이 예민함의 극대함으로 치닫고 그것을 유려하고도 아름 다운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일까
하루만이라도 그녀가 되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녀 처럼 생각해내고 싶다. 내가 느끼는 희멀건한 가을도 겨울도, 봄도 여름도
한강 작가가 된다면 감각적인 고흐의 그림과 같은 계절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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