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0개월(37주차) 임산부의 삶 / 새신부님의 첫 미사에 함께하다.

2024. 1. 19. 18:28육아생활/임신기간

37주차가 들어서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산 가방을 싸고, 아기 빨래를 마무리 했다. 아기방 배치도 다시 이리저리 옮겨보며 뭐가 좋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혹시나 먼지가 쌓이지 않을까 하며 비닐로 감싸는 수고까지..

미래의 고슴도치 엄마가 되려는 걸까?

 

37주가 되면서 몸은 자연분만을 준비하는 듯이 점점 밑이 빠지는 것 같은 고통이 동반되면서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되고 이리저리 불편한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특히, 잠드는 것이 제일 어렵다. 미리 아기가 나왔을때를 대비하는 것일까? 잠이 들기에는 몸이 너무 

무겁고 숨이 턱턱 막힌다. 자기 직전에는 소화가 잘 안되는지 목구멍이 따갑다. 

 

37주가 넘어가면 아이가 세상밖으로 나와도 더이상 이른둥이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이가 나오고 싶다면 나오겠지만, 내 뱃속에 자리잡은 설기는 아직은 머리를 거꾸로 

하고 있어서 제왕절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던 마음도, 제왕절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요리조리 였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틀 전쯤에는 갑자기 막달이 되어서 그런지 혈압이 높아져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몰랐으나, 약을 먹으니 혈압이 내려가서 안정적으로 다시 예정일에 낳을 수 있게 되었다. 

일 평생 (고작 30년이 안되지만) 혈압이 높아서 약을 먹어본일이 없는 나에게 임신으로 인한

혈압 상승은 예상치도 못한 일이다만, 마침 정상 혈압으로 내려가줘서 아직은 아기를 만날 시간이 

되지 않아 다행이다.  왜냐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ㅏ....

 

단체 카톡방의 몇몇 엄마들은 벌써 분만을 마치고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요모조모 설명해 주고 있다. 

사람 마다 너무 다 다르기 때문에 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지나갈 일들이기 때문에 

자세히 보고 있다. 처음에 만난 아기들은 하나같이 빨갛고 하얀 태지에 묻혀 퉁퉁 불어있어서

아무리 봐도 이뻐보이질 않는다. 그치만, 내 아기를 만나면 다를까? 

많은 엄마 아빠들이 첫 아기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거나, 실망을 한다고 했다. 

이렇게 못 생길 수가!

 

그럼에도 열달을 내 속에서 품어서 나온 내 아기인데 어찌 이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엄마는 아기가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불러오는 배, 통통 거리는 태동, 달라지는 몸

나의 품속에 아기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아빠는 다르다. 엄마를 통해서만, 초음파의 모니터를 통해서만 아기가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다. 그래서 아마도 아기를 내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엄마와 아빠에게 차이가 있다. 

많은 엄마들이 그래서 아빠에게 섭섭하다고 했다. 아기를 같이 낳았는데 아빠는 아기를 덜 사랑하는 것 

같다고, 그러나 곧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한다. 

 

과연 우리 남편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아기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아기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다고 하길래 그렇게들 무섭게 겁을 주는 것일까? 생각이 들어

오히려 얼른 겪어보고 싶다. 군생활을 할때도 다들 그렇게 겁을 줬더랬다. 예를 들면 첫 혹한기 훈련에 

나가기 전에 해주는 말들 같은 (평생 못 느껴본 추위에서 훈련을 한다더라, 자고 일어나면 몸이 달달 떨린다. 

이것 저것 잘 준비해야된다와 같이 등등) 

그러나 막상 어떤 것이든 간에 직접 겪어보면 그냥 그랬다. 각개 전투도 혹한기 훈련도 밤샘 근무도 

해보니 다 인간이 죽지 않을 만큼, 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했다. 그 상황이 되어보니 또 다른 방법들이

항상 나타났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고, 생각외로 어렵지 않은 길이 있었고 내 체력이 생각보다 버틸만 했다던지

미리 지레 겁먹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일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육아의 경우 유투브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여러가지 정보를 접하고 미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수 있었는데

이것도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아는 거니까.. 오히려 잘 몰라야 힘든줄 모르지 않을까?

 

 


새 신부님의 첫 미사에 함께 하다. (in 대구 동천성당)

 

대구 동천성당 전경

 

영광스럽게도 새신부님의 첫 미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유난히 오신 신자분들이 많으셔서 북적북적 했다. 

그래서 인지 뭔가 더 들떠있는 분위기, 즐거운 함성, 새신부님들을 향한 초롱초롱한 눈빛들 이상하게도 

엄숙한 미사 시간이지만 축제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 새로웠다. 

 

군성당에서만 미사를 드려보다가, 민간 성당에서 미사를 드려보니 참 좋았다고나 할까.

미사가 끝난 후 새신부님께서 태아 축복도 해주셔서 감동 또 감동.

 

최근에 미사도 자주 못드리고, 성당엘 가지 못했는데 새신부님의 미사에 참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대구 가족들을 만났는데, 다행이 아기가 태어나기전에 방문하게 되서 마음도 편하고

조금 더 미래에 우리 딸을 데리고 대구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기대도 되었다. 

 

(항상 갈때마다 우리 부부의 편의를 봐주시느라 방을 내주시는 부모님들께 죄송한 맘도 들기도 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도 참 죄스럽다. ㅠㅠ..)

 

대를 이은 부모님의 사랑을 아기가 낳을때 쯤에서야 깨닫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참 못났다.

여러가지로 생각이 참 많았던 날들..

항상 대구 식구들을 만나고 오면 이상하게도 남편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든다. 

아마도 내가 받은 사랑을 남편에게도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일까?

 

별 탈 없이 장거리 운전을 하고 돌아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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